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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간과 소유 : 사유재산에 대한 다른 견해

by juneane 2024. 3. 7.

1.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

국가의 탄생은 인간의 소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별적 주체는 자기 자신이 소유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방어막의 역할로써 국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유는 감각과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인간은 보이는 것만 소유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모두 다 보이는 것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인 집이나 현찰도 시각을 배제하고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가상화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그 가상화폐가 얼마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표시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을 소유할 방법도 거래할 방법도 없는 셈입니다.

 

2.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차이

짐멜이란 철학자는 감각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통해 들리는 것은 소유가 불가능하며 오직 보이는 것만 소유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한 개인이 독점할 수 있지만 울려 퍼지는 음악을 독점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타인에게 들려주지 않고 오직 혼자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기는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짐멜의 주장에 흠결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의 논거가 얼마만큼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가입니다. 보이는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접근은 서양철학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플라톤이 주장한 본질적 형상인 이데아도 보이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철학은 그 기초에 소유라는 개념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보이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고,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더욱 강조되는 것입니다.

 

반면, 동양철학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60살을 지칭하는 말로 이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 뜻은 60살 정도가 되면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지기 때문에 타자의 말이라도 순조롭게 듣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공자는 중용이란 책에서 천명을 강조했는데, 하늘의 명령을 듣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동양철학에서는 보이는 것 못지않게 들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들리는 것은 퍼져나가 모두가 들을 수 있으니 개인보다는 공동체적인 사유가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 사유재산의 인정

들리는 것을 소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넘어 소유 자체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한 철학자도 있었습니다. 로크는 자유로운 계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제적 독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땅은 모든 이가 공유하는 것이지만, 인간이 노동을 통해 땅에서 거둔 것들은 노동자의 소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유재산의 인정과 관련한 그림입니다.

 

사회계약의 물질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유재산의 인정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계약도 발생할 수 없습니다. 계약이란 내 것을 주는 대신 타인의 것을 취하는 행동인데, 내 것과 남의 것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계약 자체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유재산은 개인이 더 큰 성과를 지향하도록 하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한 개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노동하여 많은 과실을 거두었다면 그 과실은 노력한 자가 소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은 더 열심히 노동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로크는 땅을 독점하여 타인이 소득 얻을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문제나, 필요 이상의 소출로 인해 창고에서 과실이 썩어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화폐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그의 주장이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화폐를 통해 해결 가능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3. 사유재산의 부정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유재산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는 존립할 수 없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유재산은 불평등을 낳습니다. 이것이 루소가 사유재산을 부정한 이유입니다.

 

로크가 인정했든 사유재산의 인정은 결국 더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양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그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는 글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이 발생한 원인이 자연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사유재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루소는 누구도 개별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공유물인 대지 위에 울타리를 치면서 이 구역은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선구자가 아니라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재산은 범죄와 전쟁과 같은 불행을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왜냐하면 대지의 결실을 소수의 사람들만 독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평등에 반발한 사람들은 결국 범죄나 전쟁과 같은 방법으로 갈등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국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결국 자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독점한 대지의 소출을 다수로부터 지키기 위한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국가를 세우는 것은 불평등을 법률로 정하여 이를 지속시키는 한편, 많은 사람들을 불합리한 노동과 빈곤에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소유와 무소유 가운데 더 나은 길을 고민합니다. 로크가 주장했듯 소유는 개개인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루소가 주장했듯 소유는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사유재산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래서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가 오늘날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