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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정의와 특징

by juneane 2024. 3. 7.

1. 권력의 정의

한 개인과 그를 둘러싼 타자들의 무리를 우리는 사회라고 부릅니다. 사회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은 한 사회마다 일종의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칙이 비슷한 사회일수록 사회 간의 유사성이 크다고 할 수 있고, 규칙이 다른 사회 간에는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회가 지니는 또 다른 특성 중에 하나는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권력은 규칙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인문학에 등장하는 다른 개념들처럼 권력이란 것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정의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의미합니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권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이처럼 강제력이 있는 힘으로만 단순히 이해한다면 권력의 복합성에 대해서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2. 권력의 복합성

한병철이라는 철학자는 권력은 힘, 강함과 그에 따른 결과라는 단순한 인과성으로 설명되는 물리적 폭력과는 구분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권력이라고 하면 명령을 통해서 작용하는 권력만을 생각하겠지만, 자유에 기반을 둔 권력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권력은 자아의 연속성을 창출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한 개인의 의지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서도 발현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권력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권력은 타자가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권력은 소통을 전제로 하며, 소통이 원활할수록 권력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강력한 통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하고 있고, 사람들이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통치자는 권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사람들이 복종이란 선택을 해야지만 권력은 생겨납니다.

권력에 대한 설명 사진입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폭력은 타자와의 관계를 종결시킨다는 점에서 권력과 다릅니다. 권력은 타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게 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권력은 관계지향적인 복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3. 권력의 의미

권력은 관계이기 때문에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각자 다른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관계를 맺을 때에만 의미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만약 서로의 관계가 와해된다면 우리는 그 사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나와 관계없는 일이나 사람을 보고 "의미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권력은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통, 즉 언어에서도 그 의미가 드러나게 됩니다. 권력자는 어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이름을 짓는데, 이름 짓는 행위인 명명은 바로 주인의 권리입니다. 내 반려동물의 이름을 짓는 행위는 바로 내가 너의 주인 됨을 나타내는 권력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권력은 그 이상의 권력이 되려고 하는 의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권력으로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을 더 크게 확장시키려고 하는 이 열망이 바로 권력의 중요한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타자에게 투영함으로써 자기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권력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 열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지이며, 자아의 연속성을 산출하려는 몸부림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진리나 하나의 개념도 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모든 현상을 하나의 개념이나 진리로 통합하려는 힘이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종교는 권력과는 다릅니다. 권력은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상태에서 타자와의 관계를 추구하지만 종교는 자신을 상실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적어짐으로써 내 안에 타자를 더 채우려는 시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내가 너와 하나됨을 이루는 것이 바로 종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입니다.   

 

4. 권력의 특징

고대사회에서는 이러한 권력이 눈에 잘 보이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신 또는 왕 등으로 대변되는 통치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주권자적 권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세 가지 권력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한 주권자적 권력은 바로 칼의 권력입니다.

 

두 번째 권력은 법률의 권력, 즉 펜의 권력입니다. 이성의 질서를 강조한 보다 안정적인 권력이 등장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한 주권자의 변덕에 기초한 권력관계가 아닌 합리적인 이성을 토대로 한 질서를 추구하는 권력 말입니다.

 

마지막 권력은 바로 규율 권력입니다. 이 권력은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집약적 교정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학교, 감옥, 병원입니다. 놀랍게도 이 세 가지 공간은 비슷한 형태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훈육을 통해 이상적으로 보이는 고분고분한 이들을 양성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권력은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권력의 주체가 누구인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도 있고 대통령이란 통치세력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권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관계에서 권력이 작동하려면 동의를 하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권력은 정치지향적인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 개인이 힘이나 강제력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그 혼자서는 결코 권력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입니다.